“올해 최악의 살인기업은 산재로 23명 사망한 ‘아리셀’”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 20년, 최다 1위는 ‘현대건설’
시민이 뽑은 최악의 살인기업, 1위 시도교육청·2위 쿠팡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민주노총에서 ‘2025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20주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5.04.22. ⓒ뉴시스

노동자들이 올해 최악의 살인기업 1위로 지난해 배터리 폭발 사고로 23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아리셀을 선정했다.

올해까지 20년간 진행된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에서 가장 많이 1위로 꼽혔던 기업은 '현대건설'이었다. 또 시민들이 꼽은 살인기업 1위는 학교 급식노동자의 폐암 문제에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시·도 교육청이 꼽혔다.

민주노총과 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 등으로 구성된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은 22일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2025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올해 최악의 살인기업에서 1위로 꼽힌 아리셀은 지난해 6월 24일, 경기 화성시 소재 일차 리튬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배터리 폭발사고가 발생해 노동자 23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을 당했다. 숨진 노동자 중 18명이 이주노동자였으며, 성별로 구분하면 15명이 여성이었다.

민주노총은 "사망한 이주노동자 모두 인력공급업체 메이셀을 통해 아리셀 공장에 불법으로 파견됐다"며 "아리셀 중대재해는 기업이 불법파견으로 노동자를 고용하여 사업을 운영했을 때 노동자 건강에 미치는 위험과 악영향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리셀 참사 유가족인 여국화 씨는 "아리셀 참사는 완전히 해결된 게 아니고 아직 형사재판 법정 투쟁 중"이라며 "아리셀 참사가 끝까지 잘 마무리되도록 응원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조노동조합위원장은 "이주노동자의 산업현장은 열악하다. 안전장비를 제대로 주지 않고 빨리빨리 일만 하라고 한다"며 "위험한 사업장에서 사업장을 변경하려고 해도 자리가 없다. 위험하다고 해도, 사망한다는 걸 알아도 일할 수밖에 없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어 "이주노동자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근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악의 살인기업 공동 2위는 한국전력공사와 대우건설이 꼽혔다. 지난해 한국전력공사에선 7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7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들 중 6명이 하청 노동자다.

캠페인단은 "한전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지난해 말까지 총 11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한 '중대재해 최다 발생' 공공기관"이라며 "11명 중 10명이 하청노동자"라고 지적했다.

대우건설에선 중대재해 6건이 발생해 하청 노동자 7명이 사망했다. 캠페인단은 "대우건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10대 건설사 중 가장 많은 노동자가 사망한 기업"이라며 "2019년에도 7명의 노동자가 사망해 '2020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고 강조했다.

4위는 GS건설로, 지난해 4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4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지난 2006년부터 매년 가장 많은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꼽는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 캠페인은 올해로 20년을 맞았다. 그동안 '최악의 살인기업' 1위에 가장 많이 선정된 기업은 현대건설로 나타났다.

현대건설은 2007년(10명 사망), 2012년(10명 사망), 2015년(2005~2014년 10년간 110명 사망), 2022년(6명 사망) 등 총 4회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어 대우건설(3회), 한화오션(2회), GS건설(2회), 현대제철(2회) 순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20년 살인기업 5위권 안에 가장 자주 등장한 기업은 GS건설(11회)과 대우건설(11회)로 나타났다. 현대건설을 비롯해 지난 20년간 건설기업들이 살인기업에 자주 이름을 올렸다.

이에 대해 캠페인단은 "노동자가 많이 사망한 상위기업은 한국 10대 건설사 명단과 일치한다"면서 "건설기업이 쌓아 올리는 도로와 발전소, 아파트의 층수 뒤에는 건설노동자의 죽음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승우 건설산업연맹 전국플랜트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정부는 건설노동자를 '건폭'으로 몰아 지난 2년 동안 씨를 말리겠다며 작정하고 달려들었다"면서 "저들은 우리가 금품갈취, 공갈협박을 한다고 했지만, 건설사는 노동자의 목숨을 갈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웃으면서 출근한 그 모습 그대로 퇴근하는,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이 투표로 뽑은 최악의 살인기업에는 시·도교육청이 가장 많이 꼽혔다. 캠페인단이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진행한 투표에는 시민 6,755명이 참여했다.

투표 결과 시·도교육청이 40.1%로 1위에 선정됐다. 캠페인단은 "시·도교육청은 학교급식 조리노동자 13명이 폐암으로 사망하고, 폐암 산재 신청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대책 마련에 미온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쿠팡(25.9%), 삼성전자(7.6%), 현대중공업(6.2%), 한화오션(5.8%) 등 순으로 꼽혔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퇴근하지 못하는 사회는 누구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우리는 반복해서 확인하고 있다"면서 "이는 노동자의 생명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기업의 태도와 이를 방관하는 법과 제도의 구조적 살인"이라고 지적했다.

캠페인단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재난 속에서 먼저 죽는 사회적 약자를 기억하면서 시민들은 공감하고 연대해 왔다"며 "광장에서 만난 시민과 노동자가 함께, 노동자의 죽음이 당연하지 않은 사회를 위해 새로운 연대를 시작하자"고 연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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