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해하기 힘든 조희대 대법원장의 속도전

대법원이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신속 심리에 나섰다. 대법원은 보통 소부에 사건을 배정한 후 대법관들 사이의 견해 차이가 있거나, 기존의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왔다. 이번 경우에는 소부에 배당하자마자 전원합의체에 회부했으니 그런 경우가 아니다. 대법원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례적으로 신속한 회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의 내규를 따르면 '중대한 공공의 이해관계와 관련되거나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은 사건'의 경우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할 수 있다. 조 대법원장이 이번 사건을 그렇게 보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예외적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소부에서 논의도 시작되지 않았고, 판례 변경의 가능성도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사건이 갖는 독특한 의미는 있다. 만약 대선 전에 판결이 나오지 않고,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대법원의 재판이 계속될 수 있느냐의 문제가 그것이다. 대법원이 이에 대해 판단을 내릴 필요는 분명하다. 이 전 대표는 대장동 의혹 등 다른 재판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상 대통령이 갖는 불소추 특권이 사법 실무에서 어떻게 적용될지에 대해서 대법원이든, 헌법재판소든 판단을 내려야 할 수 있다.

다만 이번에 대법원이 신속 심리에 들어간 건 이 전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자체다. 어떤 결론이 나온다고 해도 앞서의 헌법적 질문에 대한 답은 될 수 없다. 만약 대법원이 검찰의 상고를 기각해 2심의 판단을 유지한다면 이 전 대표를 반대하는 측에서 강한 불만을 내놓을 것이고, 반대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한다면 선거는 애초 일정대로 진행되면서 이 전 대표의 출마 자격에 대한 정치 공세에 힘이 붙을 것이다. 어느 경우든 대법원이 정치 공방에 직접 뛰어드는 모양새가 된다.

재판은 실재와 외관에서 모두 공정해야 한다. 외관의 공정을 기하자면 재판의 진행이 유별나서는 안 된다. 대통령선거일이 다가왔다는 이유만으로 관례를 뛰어넘어 '속도전'으로 심리하는 건 외관의 공정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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