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우리는 하루에도 날씨가 몇 번이나 바뀌는 하늘 감옥이라 불리는 곳에서 고공농성하는 노동자들입니다. 농성 위치가 달라 어떤 사람은 비에 흠뻑 젖고 어떤 사람은 뙤약볕에 몸이 바짝 타기도 합니다. 그래도 혼자만이 아니라 함께라, 동변상련의 마음을 나눌 수 있어 든든할 때도 있습니다. 가끔 서로 걱정하며 웃으며 나누는 온라인 인사가 위안이 되곤 합니다.
우리 노동자들이 이곳에 오른 이유는 기업주들이 노동자를 쓰다 버리는 일회용품처럼 취급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사람입니다. 최근 일본자본 니토덴코가 최대 흑자를 올리고, 신규채용도 하면서 구미 공장의 노동자들을 고용하지 않는다는 언론보도를 보았습니다. 니토덴코가 보험금도 물량도 모두 가져가면서 옵티칼 해고자들의 고용승계만 외면하고 있어 더 화가 났습니다. 고공에 오른 노동자 4명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분노의 밤을 보냈습니다.
구미 옵티칼 불타버린 일터 공장 옥상에 올라간 지 500일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농성 날짜를 경신할 때마다 속이 상합니다. 두 번의 겨울을 보내고 봄이 오고 있다지만 고공은 여전히 겨울의 한복판에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라도 먼저 내려갈 수 있다면, 이길 수 있다면 한마음으로 기뻐할 것입니다. 우리가 투쟁하는 이유는 철저하게 자본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자본주의체제가 만든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노동자도 사람이라고 외치는 싸움, 존엄을 건 투쟁이라는 점은 같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 사업장이라도 해결된다면, 투쟁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투쟁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김형수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이 서울 장교동 한화 본사 앞에서 고공농성하는 모습 ⓒ금속노조
또 하나의 남태령대첩을 이뤄내고픈 소망이 옵티칼 희망버스!
윤석열의 친위쿠데타 이후 파면을 위한 시간 123일은 노동자, 시민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시간이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어 거리로 광장으로 나와 소리치고 행진했던 날이었습니다.
‘이번 주는 되겠지! 아니 다음 주는 넘기지 않을 거야!’
애타는 마음을 기억합니다. 고공에 오른 저희들을 두고 광장으로 나가면서 미안해하는 동지도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윤석열을 파면해야 그 힘으로 고공농성자를 지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더 열심히 외치고 더 열심히 몸이 부서져라 다녔다는 동지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감동이었습니다.
그리고 끝내 윤석열은 파면되었습니다. 우리의 연대로 독재자를 끌어내렸습니다. 말벌동지로 일컫는 많은 동지들이 사실은 일하는 노동자라는 것도 발언을 듣고 알았습니다. 이렇게 우리 노동자들이 민주주의도 새로 열고, 고공농성자들과도 연대하는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득권 권력의 카르텔은 여전히 단단하고 뿌리 깊음을 실감합니다. 친위쿠데타를 저지르고도 감옥에서 나와 누릴 것 다 누리고 쿠데타 잔당들은 권력기관 곳곳에서 법치라는 이름으로 악행을 정당화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한 줌 자본가들과 기득권 세력은 자신들의 권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저리도 뻔뻔하게 악착같이 나오는구나 싶어 할 일이 많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나 절망하지 않습니다. 변화를 갈망하는 목소리도 넓고, 이루고자 하는 의지도 단단한 동지들이 더 많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 지난 4개월이었기 때문입니다. 남태령에서, 한강진을 이어서, 옵티칼 희망뚜벅이와 곳곳의 투쟁 현장에 함께 해주시는 동지들을 보며, 다시 한번 희망으로 가슴이 벅차 오름을 느꼈습니다!
법과 원칙의 이름으로 자본가 권력들이 자유를 누리는 동안 노동권을 빼앗겼습니다. 그래서 살고자 하늘에 올랐습니다. 우리들은 고공에서 싸울 테니, 시민 여러분들은 땅에서 함께 싸워주십시오. 윤석열을 끌어 내린 힘으로 빼앗긴 노동권을 찾는 일에 함께 나서 주십시오!
앞서도 말했듯이 우리의 싸움은 연결되어 있기에 누구라도 먼저 해결되어 땅을 밟기를 바랍니다. 그래도 먼저 하늘에 오른 힌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의 고공의 날이 500일이 되기 전에 고용승계를 이뤄내면 좋겠습니다.
고진수 민주노총 세종호텔 노조 지부장이 13일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 교통시설 구조물에 올라 정리해고 철회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뉴시스
단지 고공농성 날짜가 길어서만은 아닙니다. 그동안 노동운동의 역사에서 외투기업(외국인투자기업)의 먹튀에는 번번이 져왔던 흐름을 바꾸고, 새로운 길을 내는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작년 동짓날 밤에 연대의 힘으로 농민들이 트랙터를 타고 처음으로 남태령을 넘는 역사를 만들었듯이, 일본 외투자본에 맞서 싸워 이기고 싶습니다. 고용승계로 가는 옵티칼 희망버스는 또 하나의 남태령대첩을 이뤄내고픈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하나의 승리가 다음 승리를 견인해 내듯이, 옵티칼로 가는 희망버스는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와 거통고 조선하청지회의 원청 한화오션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고공농성의 승리로 이어지리라 생각합니다. 고공농성자들이 승리하는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혜화동성당에서 천주교에 탈시설 권리를 요구하며 고공농성하는 장애인동지들의 승리로도 이어지길 바랍니다.
이 봄이 가기 전에 뜨거운 여름이 오기 전에 승리하고 내려가고 싶습니다! 4월 26일 구미 옵티칼 희망버스에 함께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