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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경우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첫 내각 인선을 발표했다. 인수위를 거치지 않은 조건에서 현직 의원들을 발탁했고, 실무를 잘 아는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64년 만의 첫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을 발탁한 것도 잘한 일이라 본다.

현직 철도노동자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로 인선한 것도 신선하다. 김 전 위원장이 민주노총을 대표할 처지에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현장 경험이 있는 노동자 출신 장관이 주는 의미는 상당하다. 윤석열 정부 3년 간 노조 탄압과 반노동자적 정책으로 일관했던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김 전 위원장이 장관으로 임명돼 노조법 2·3조 개정과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인정하는 개혁 조치를 주도한다면 이번 인선의 의미는 더 잘 드러날 것이다. 세종호텔과 한국옵티칼, 홈플러스 등 현안 문제에서도 전향적 조치를 기대한다.

다만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시킨 건 어떤 논리로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은 여당의 신임 원내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실용과 탕평을 명분으로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때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편저편 가르지 않고 능력 있으면 쓰겠다고 했으니 임명한 것이다. 잘못한다면 모를까 지금으로써는 준비가 돼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송 장관은 전임 정부 시절 양곡법 개정안과 농수산물가격안정법 등을 두고 '농망법(農亡法)'이라는 망언을 내뱉은 바 있다. 여당 의원들조차 "우리는 농해수위에서 워낙 맺힌 게 많다"고 말할 정도다. 무엇보다 송 장관은 계엄과 내란 당시 국무위원이었다. 이런 사람을 유임시키고 실용과 탕평이라면 이는 말의 뜻을 욕보이는 것에 불과하다.

농민단체들은 하나같이 경악에 가까운 반응을 내놓았다. 남태령의 농민들과 응원봉을 든 시민이 내란세력을 몰아낸 나라에서 다시 내란세력에게 기회를 준다는 건 국민을 모욕하는 일이다. 이 대통령은 송 장관의 유임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 송 장관도 뻔뻔하게 자리를 유지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물러나 부끄러운 표정을 지어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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