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부산 세 고등학생의 죽음

21일 부산에서 고등학생 세 명이 함께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경찰에 따르면, 부산의 같은 예술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들은 고3 진학을 앞두고 학업 스트레스와 진로 부담이 크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겼다.

이들이 다니던 학교의 학과에서 올해 초 강사 14명 중 10여 명이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사와 커리큘럼이 갑자기 바뀌며 수업이 불안정해졌고, 실기 중심의 예술교육 특성상 지도하는 강사가 이후 학업과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갑작스러운 교체로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행정이라는 어른들의 업무가 학생들의 정서에 충격을 주고, 입시에 대한 부담을 증폭시킨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교육당국이 사건의 배경을 충실히 조사해줄 것을 요청한다.

학교가 배움의 즐거움이 있는 곳이 아니라 입시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훈련장이 된 것은 변하지 않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어려움이 생길 때, 교사도 부모도 신뢰하고 함께 문제를 풀 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 자살률 1위국으로, 청소년 자살도 다른 나라보다 훨씬 많으며 최근 더 느는 추세다. 전교조는 23일 논평에서 “이 비극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청소년 자살이라는 구조적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드러낸다”며 “청소년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처한 삶의 조건과 학교,사회,국가가 함께 만들어 낸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정했다.

서열화와 경쟁으로 망가진 교육의 개혁은 대선에서도 거의 거론이 안 될 정도로 사회적 고질이 됐다. 4세 고시와 영어유치원을 시작으로 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경쟁은 탈락의 중압감을 더 무겁게 한다. 한 번의 실수는 돌이킬 수 없는 실패와 탈락이 되고, 학생들은 생사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걷는다. 이런 극단적 경쟁교육은 최상위층을 제외하고는 전부가 루저가 되는 약육강식 사회의 반영이다. 극단적 불평등이 고착된 사회를 그대로 두고 교육만으로 문제를 풀기 어려운 지경이다. 젊은층에서 신극우가 발호하는 것도 불평등 사회, 경쟁교육으로 인한 배제와 소외가 기인하는 바가 크다.

젊은이들이 더 다양한 영역을 접하고,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더 넓고 공정한 기회와 함께 실패해도 두렵지 않은 사회안전망이 제공돼야 한다. 언제라도 다른 선택과 재도전을 해볼 수 있는 사회였다면, 학생들이 학업과 입시로 인해 죽음을 택할 정도로 막막하진 않을 것이다. 아무리 경제성장을 해도 국민이 행복하지 못하다면, 그 사회야말로 실패한 사회다. 모든 기성세대와 정치권, 특히 새 정부가 세 학생의 비극에서 교훈을 찾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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