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1심 판결에 대해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검찰 내부에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 책임론이 번지고 있다. 일선 검사장 18명이 집단으로 입장문을 내고 경위 설명을 요구했고, 고참 지청장 8명도 성명을 냈다. 검사 교육을 맡은 법무연수원 교수들도 동참했다. 과거의 '검란'을 떠올리게 하는 전개다.
우리는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것이 현명하지 않았다고 본다. 여러 명분이야 있었겠지만 대통령과 관련된 사건에서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긁어 부스럼을 만든 모양이 됐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간부부터 평검사까지 벌떼처럼 들고일어나 검찰 수뇌부와 정권에 항명하는 모습은 꼴사납다. 검찰의 과거 행적과 비교할 때 너무나 속이 들여다보이기 때문이다.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이 사건의 피고들에 대해서 공소가 제기된 것이 2021년 10월이었다. 그로부터 무려 4년간 재판이 진행됐고, 지난달 말 1심 재판부는 피고들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김 씨와 유 전 본부장에게는 각각 징역 8년을 선고했고, 공범인 남욱 변호사는 징역 4년, 정영학 회계사는 징역 5년, 정민용 변호사는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모두 법정에서 구속됐다. 민간업자가 공공기관의 간부들과 짜고 특혜를 제공해 부당이익을 얻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검찰의 주장 대부분은 받아들여졌다. 물론 검찰의 입장에서 더 따져볼 여지는 있었을 것이다. 대장동 일당의 배임액 추산과 관련된 부분이 핵심으로 보인다. 다만 이 부분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제기한 민사재판이 예정된 상태다.
항소 포기 결정에 책임이 있는 노 직무대행의 거취는 본인이 알아서 판단하면 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등이 '외압'을 행사했는지는 이들의 해명을 듣는 게 순서일 것이다. 불만이 있는 검사라면 자기 의견을 내세울 수도 있다. 그러나 검사장들과 고참 지청장들이 공동 입장문을 내면서 조직적으로 '정치 투쟁'에 나서는 것은 결코 허용되어선 안 된다.
검찰은 불과 몇 달전 내란사건 재판부가 희한한 논리를 내세워 윤석열씨를 풀어줬을 때도 아무런 반발을 하지 않았다. 대법관인 법원행정처장이 다시금 판단을 받아보는 게 좋겠다고 말했을 때에도 침묵했다. 김건희씨에 대한 봐주기 수사처럼 비슷한 사례를 떠올리는 건 전혀 어렵지 않다. 그러던 자들이 이제 와서 거대 권력에 맞선 정의의 투쟁에 나선다고 하니 헛웃음이 나온다. 이제 와서 집단행동을 통해 검찰개혁을 무마하고 살길을 찾아보려는 건 아닌지 의심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