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발표할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53~61%로 최종 확정했다.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은 일부 고통이 따르더라도 지속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도약을 위해 반드시 가야 할, 정말로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역설했지만, 선언의 무게와 실제 목표치 간의 간극이 너무 크다. 53~61%라는 범위형 목표는 실질적으로 하한선인 53%에 맞춰 수렴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기후 위기 대응이 아니라 기후 위기관리 포기에 가깝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그간 전 지구적 감축 노력을 위해 61% 목표(2019년 대비 60%)를 권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 시민사회도 과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65% 이상의 감축 목표치를 제시했다. 주요 국가들은 이미 60% 이상의 감축목표를 제시한 상황이다. 정부의 53% 감축은 이러한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더구나 이는 헌법재판소가 “국가가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기본권을 보호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라고 판시한 결정 취지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53% 목표는 헌법이 명시한 생명권 보호 의무를 방기하고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위헌적 결정이다.
수치뿐 아니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에너지 고속도로 등 여전히 탄소 집약적 구조를 강화하는 수도권 중심의 성장 패러다임을 고집하는 것도 문제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로막는 규제는 그대로 두고, 지역의 전기는 수도권으로 끌어올리는 정책은 '녹색 전환'이 될 수 없다. 감축 목표도 턱 없이 부족한데, 목표 달성을 위한 산업 전환 방향이나 구체적 로드맵도 없어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구호가 무색하기만 하다.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이라는 말이 실현되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 나서야 한다. 철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도시의 유휴 공간을 재생에너지 발전소로 바꾸는 일은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다. 유럽의 국가들이 이미 하고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에너지전환의 가능성이 있는 영역을 찾고 바꿔야 한다. 기업의 볼멘소리에 휘둘려 '속도 조절'을 말할 것이 아니라 정부부터 적극적인 재정투자와 제도 설계와 변화에 뛰어들어야 한다.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말이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는 단순히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생존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