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의 ‘패스트트랙 충돌’ 1심 판결은 그야말로 황당하다. 법원은 채이배 의원 감금, 의안과 법안 접수 방해, 정개특위·사개특위 회의장 점거 등 주요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판결문에도 “국회의원들이 국회 의사결정 방침을 스스로 위반한 첫 사례”라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동료 의원을 감금해 의정활동을 막고, 공무집행을 물리력으로 차단한 행위를 두고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적시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단 한 명의 의원도 ‘의원직 상실’ 선고를 받지 않도록 벌금 액수를 기계적으로 조정했다. 공직선거법과 국회법은 회의 방해죄에 대해 벌금 500만 원 이상이면 피선거권을 박탈하도록 명확히 규정한다. 그런데 국회법 위반 부분은 피고인 전원에게 400만원 이하만 선고됐다. 감금과 공무집행방해 등 일반 형사 범죄 역시 금고형이 아닌 벌금형으로 ‘정교하게’ 정리됐다. 법리 판단보다 정치적 후폭풍을 계산한 듯한 ‘기술적 판결’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법원 설명자료를 보면 판사 스스로 “형량은 정치적 동기와 국민의 판단을 참작했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적 동기는 형사 책임을 가볍게 해주는 만능열쇠가 아니다. 더구나 법원이 언급한 ‘국민의 정치적 평가’란 세 차례 선거를 말하는데, 범죄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은 그 어떤 선거 결과로도 바뀌지 않는다. 법이 정치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 법치주의의 마지막 보루가 무너진다.
이 판결은 심각한 선례를 남기게 됐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채이배 의원을 6시간 넘게 감금했다. 문을 막고 못을 박고, 의원실을 사실상 감옥으로 만들었다. 회의장 앞에서는 드러누워 몸으로 길을 막고, 문손잡이를 부수고, 의안과 공무원의 법안 접수를 물리력으로 차단했다. 그런데도 의원직을 잃지 않는다면, 향후 국회에서 강경 투쟁을 할 유인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올해 말 예정된 사법개혁·가짜뉴스 근절 법안 등 개혁입법안을 두고 국민의힘이 벌써부터 필리버스터와 국회 저지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그들에게 위험한 신호를 준다. ‘감금해도, 회의장을 점거해도, 빠루를 들고 난동을 부려도 의원직은 지킬 수 있다’는 면허증을 법원이 쥐여준 셈이다. 사법부가 국회의 물리력 정치에 사실상 면죄부를 준다면, 국회의 폭력은 반복될 것이다. 법원이 만들어준 이 위험한 선례는 반드시 상급심에서 바로잡혀야 한다.